『개발자에게 물어보았습니다. 피크민 4』

2023.7.20

피크민 1 vs. 2 논쟁

닌텐도의 제작에 대한 생각이나 신념을
개발자가 직접 말로 전달하는
「개발자에게 물어보았습니다」 10번째 이야기는
7월 21일(금)에 발매하는 『피크민 4』의
이야기를 들어 보겠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피크민 4』의 개발자분들과 더불어
초대 『피크민』의 개발자분들도
참석해 주셨습니다.

우선 「피크민」 시리즈의 기원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 보고 싶은데요.
이 시리즈가 시작된 계기는
미야모토 씨가 말을 꺼낸 시점에 시작된 거라고 봐도 될까요?

미야모토

제 기억으로는 처음엔 히노 씨와 아베 씨가 디렉터로서 여러모로 고안해 주셨어요.

히노

예, 저와 아베 씨가 디렉터를 맡았었죠.
기획 검토가 시작됐을 당시는
갓 슈퍼 패미컴※1에서
Nintendo 64※2로 플랫폼이 넘어갔을 시기라
더 많은 캐릭터를 표시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거든요.

※1해외에서 1990년에 발매된 거치형 게임기 「슈퍼 패미컴」. 컨트롤러의 빨강, 노랑, 초록, 파랑으로 나뉜 A, B, X, Y 버튼이 특징.

※2해외에서 1996년에 발매된 거치형 게임기 「Nintendo 64」 처음으로 본격적인 3D 게임을 구현할 수 있는 기능을 가졌으며, 3D 공간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3D 스틱이 컨트롤러에 탑재되었다.

아베

히노 씨는 원래 디자이너 출신이다 보니
캐릭터와 세계를 만드는 것을 중점적으로 담당하셨고
저는 게임 시스템과 레벨 디자인을 중심으로 작업했습니다.
이 기획은 처음에 액션 게임이 아니었어요.

히노

그랬죠.
「수많은 캐릭터를 AI가 움직이는 게임」은
당시에도 있었지만,
머리에 특정 사고를 하는 AI 칩이 들어 있는 생물이 있고
그 AI 칩을 바꿔서 그들을 움직이는 게임 같은
종류를 생각했었습니다.

각자의 머릿속에는
싸운다 , 회복한다, 동료를 구한다.
이런 「사고 칩」을 할당해서 움직이며
맵을 탐색하고 경험을 쌓으면 칩의 용량도 늘어나는…
다시 말해 머리가 점점 좋아지는 것처럼 만드는 것과

동시에 「감정 칩」으로
화를 낸다, 겁을 먹는다 등의 성격을 만들고
어느 감정 칩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공격한다, 방어한다 등의 반응이 달라지게 하는 등…
이런 초기 작업을 칸도 씨와 함께 했었죠.

칸도

당시 저는 입사 1년 차인 신입 프로그래머였어요.
입사 후에 이 팀 에 배속됐는데
갑자기 히노 씨가 정체불명의 사양서를 주셨었습니다(웃음).

AI로 수많은 캐릭터를
어떻게 움직이게 할 수 있을지
계속해서 다양한 방식을 시도했습니다.

모리이

저는 칸도 씨가 합류하고 1년 뒤에 디자이너로서
팀에 참여하게 됐는데요.
그 시점에 이미 작은 것이 어지럽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히노

당시에는 위에서 바라보는 느낌의 게임 화면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캐릭터의 머리 부분에 성별과 성격이 드러나게 했었습니다.

이건… 지금과는 꽤 다른 캐릭터군요.

히노

조금 요시처럼 생겼죠(웃음)?
하지만 이러면 캐릭터의 개성이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야모토

여고생 정도의 사람들이 보기에도 귀엽다는 생각이 들 만한
캐릭터를 만들자는 이야기도 나왔거든요.

아베

네.
그래서 모리이 씨가 대량으로 그려 주신 스케치 중에
만장일치로 선정된 것이 이것입니다.

급격히 우리가 아는 피크민스러워졌네요. 그런데 여전히 머리에 특징이 있는 건 초기 계획과 같군요.

모리이

어째서 머리에 잎사귀를 달았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요…
작은 캐릭터다 보니
눈에 띄는 무언가를 추가해야 한다고 생각한 걸지도 모르겠네요.

미야모토

저는 이상하게 이게 마음에 들더라고요.
식물이 걸어 다니는 느낌이라 좋았어요.
「머리로 물을 빨아들이면 귀엽겠는데」라는 이야기도 있었죠.

이 디자인의 모티브는 어떤 것이었나요?

모리이

당시 팀 버튼※3이 그리는 세계가 좋아서
귀여운 것뿐만 아니라 약간 음산하고
시리어스한 느낌으로 만들고 싶어서
이런 선을 불규칙적으로 교차하여 그린 듯한 기법으로
스케치하기도 했죠.

※3미국의 영화감독이자 영화 프로듀서. 시리어스하면서도 코믹한 세계를 그리는 것이 특기.

히노

그때까지 닌텐도의 게임은 마리오나 젤다처럼
밝고 힘찬 이미지가 강했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시리어스하고 어른스러운 신비한 세상을 그려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참고삼아 다 같이 보자고 이야기가 나온 게 바로
프랑스의 『판타스틱 플래닛』※4이라는
애니메이션 영화였습니다.

…모두 멍하니 봤지만요(웃음).

※4「컷아웃 애니메이션」이라는 기법으로 제작되어 1973년, 프랑스에서 공개한 애니메이션 영화. 원제는 『La Planète sauvage(미개의 행성)』.

이 영화는 꿈에 나올 것 같은 느낌이라 여러 의미에서 뇌리에 박힐 영화 같은데요, 이걸 피크민에 참고했다고요…?

히노

「생물을 다루는 게임」이라는 점에서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을
함께 읽기도 했습니다.

미야모토

아, 그건 안 읽은 것 같은데요.

히노

그 책에서는 생물의 신비한 생태가 가득 묘사되고 있으니
영감을 얻으려고 읽었어요.
…뭐, 책이 너무 어렵긴 했지만요(웃음).

미야모토

유럽의 독립 영화나
일반적인 가게에서 취급하지 않는 아트 계열 영화 등을
함께 보면서 참고했었죠.

그때는 같은 영상을 일부러 몇 번이고 겹친 것이나
표현이 참신한 실험 영화 같은 것이 잔뜩 나왔던 시기라
재밌었어요.

칸도

영상 표현이라고 하니 Nintendo 64로 처음 만들었을 때는
빌보드라는 평면 판을 조합해 캐릭터를 만들고
그 뒤에 처리를 경량화해서 많은 캐릭터가
나오는 것처럼 표현했는데요.
플랫폼이 GameCube※5로 넘어가면서
그걸 하나씩 3D 모델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52001년에 발매된 거치형 게임기 「Nintendo GameCube」. 정육면체의 본체와 소프트웨어에 8cm 광디스크를 채용한 것 등이 특징.

미야모토

GameCube 초기에 동영상『Super Mario 128』
분신 이 100개 이상 있으면 어떻게 될까?
이런 생각을 하며 다양한 실험도 해 봤었죠.

『Super Mario 128』이라면 GameCube 발표 시의 기술 데모군요.

칸도

저희는 『Super Mario 128』이 존재한다는 걸 몰랐기 때문에
『피크민』은 기획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Super Mario 128』의 영향을 받은 건 아니지만,
당시 64에서 불가능했던 수많은 캐릭터를 움직이는 것이
GameCube에서는 가능해지면서
다양한 것을 생각할 수 있게 되었죠.

아베

디자인이 결정된 후로는 게임 디자인 쪽에선
이 생물을 어떻게 움직이면 재미있을지 구상하며
대열 만들기, 공구체 던지기, 대전하기 등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실험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뭘 해야 게임으로서 재미있을지
어떻게 그 목표에 도달해야 할지 도통 갈피를 잡지 못했어요.

히노

그러던 와중에 이 캐릭터를 미사일처럼
적에게 던지는 플레이를 만들어 봤는데
미야모토 씨에게 「이거 던진 뒤에 어떻게 되는데?」라는 질문을 받았어요.

적을 둘러싸고 때린다고 대답했더니
「적에게 던진 뒤에 달라붙을 순 없는 거야?
적의 등 같은 약점에 달라붙으면 어떨까」 라고 하셨어요.

미야모토

아, 그랬죠.
그래서 「달라붙는 것」을 실험해 봤더니
「오~, 던지니까 달라붙네!」라며 모두 기뻐해 주셨죠(웃음).

그리고 적을 쓰러뜨린 뒤에
그걸 옮겨서 가져갈 수 있으면 괜찮겠다 싶어서

그걸 실제로 옮기게 해 봤더니
마치 매미를 집으로 가져가는 개미 같아서
그 점이 또 너무 웃겼어요(웃음).

히노

적의 엉덩이에 달라붙으면 공격할 수 있지만
반대로 입에 달라붙으면 먹혀 버린다거나
그렇게 적에게 먹혔을 때는
입에서 잎사귀가 튀어나오면 박진감 있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미야모토

적에게 먹힐 때도 덥석 하고 한입에 끝나는 게 아니라
확실하게 끌려들어 가도록
천천히 먹게 하자 이런 식이었죠…(웃음)

「꺄」 하는 사운드도 입혀서
유령 같은 이펙트도 넣고
동영상최종적으로 죽는 장면까지 열심히 그렸습니다.

히노

결국 쓰러뜨린 사냥감을 옮겨서 돌아가면, 이 생물 이 늘어난다는
흐름 이 되었는데요.
상품이 완성되기 직전에 미야모토 씨도
「아무리 그래도 시체를 통해 늘어난다니, 괜찮나…」라며 주저하셨어요.
그래도 여기까지 온 이상 진행하죠! 라면서 밀어붙였습니다(웃음).

미야모토

그거 정말로 ? 잠깐 그런 생각이 들더라니까요(웃음).

그래도 뭐, 그게 자연의 먹이 사슬과 같은 것이기는 하죠.

히노

생태계라고 할까, 귀여운 것뿐만 아니라
시리어스하게 만들려는 의도도 있었으니까요.
실제 세계를 내려다보는 느낌이라고 할까
동영상적의 디자인도 어딘가 자연계에 있을 법한 신비한 캐릭터가 많았고요.

미야모토

개성 넘치는 요소가 잔뜩 있었죠.
디자이너가 활약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트보다 피크민들에게 「무엇을 시킬까」를
먼저 디자인한 점이 또 닌텐도답죠.

히노

그런데 이렇게 캐릭터 및 세계의 디자인과
「붙는다」, 「던진다」, 「옮긴다」 이런 액션은
정해져 있었지만
게임의 사이클은 도무지 정할 수가 없었어요.

다양한 요소가 여기저기에 있고
게임 안에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해야 클리어하는 것인가?
이 부분을 좀처럼 완성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야모토 씨는 마음속으로 GameCube를 발표 하는
2001년의 E3※6에서
『피크민』을 공개하기로 결정하셨던 거 같아요.

※6 Electronic Entertainment Expo의 통칭.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비디오 게임 박람회.

미야모토

그래서 프로듀서였던 제가 아베 씨에게
「디렉터로 들어갈 테니 3개월만 주세요.
실패하면 포기할 테니」 이렇게 부탁했죠(웃음).

칸도

그때 미야모토 씨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모두의 아이디어를
거의 빼먹지 않고 모아서
한 장의 게임 플로 차트로 만들어 주셨어요.
당시에 피크민은 피키나 픽키라고 불러서
그렇게 적혀 있습니다.

이건… 굉장히 흥미로운데요.

히노

처음에는 대열에서 피크민을 던지는 것으로 지시를 내려
물건을 옮기면 끝나는 거였죠.

몇 마리 옮기면 끝이 아니라
몇 마리 모으면 물건을 옮길 수 있는 구조였어요.

그 밖에도 적이나 식물의 관련성과 하루의 사이클,
피크민의 생태와 늘어나는 원리를 생각해 주셨습니다.

미야모토

처음에는 피키를 출구로 데려가는 것이 목표인 게임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50마리 옮기면 클리어」 같은
누군가가 정해 놓은 목표를 향해 가는 게 싫어서
50마리라고 누가 정한 거지? 이렇게 생각하게 될 거 같았어요.

그에 비해 「옮기는 데 몇 마리 필요하다」 이런 부분은 납득되더라고요.
「무거운 것을 옮기려면 피크민이 잔뜩 필요하다」
이렇게 하는 편이 더 직관적으로 와닿으니까요.

그래서 「싸우고」, 「옮기고」, 「늘리고」,
이걸 어떻게 효율적으로 하는가, 이 부분을 어떤 방식으로
게임으로 만들지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각각의 요소가 게임에서 어디에 해당하는지 이 차트를 보면 알 수 있도록 한 것이군요.

미야모토

이 차트는 얼핏 보면 수수께끼의 문장을 모아둔 것 같지만
실은 여기 적힌 내용을 하나하나
따라가면 프로그램의 흐름을
이 종이 1장으로 알 수 있게 되어 있죠.
반대로 여기에 적혀 있는 것 이외의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게임을 만들 때는 항상 그래요.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요소가 잔뜩 생기죠.

그걸 디렉터가
「그럼, 이것들을 이어 줄 방법을 생각해야겠군!」
이렇게 말하면서 그곳에서 도망치죠(웃음).

일동

(웃음).

미야모토

그런데 이 차트는
「이곳에 적힌 것 이상은 하지 않습니다!」라고
선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걸 정하지 않으면 많은 사람을 이끌고 만들 수 없어요.
남한테 잘난 듯이 이야기하지 말고
직접 나서서 적어 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칸도 씨와
AI는 시스템적으로 어떻게 동작하는가?
처리는 따라갈 수 있는가?
할 수 없으면 다른 구조로 대체할 수 있나?
이런 점들에 대해 상담하면서 적었습니다.

칸도

이 차트를 보고 드디어
게임으로서 성립하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런데 피크민은 처음엔 여기 쓰여 있는 것처럼 「피키」라고 불렀나 보네요.

아베

저희가 개발할 당시
이 캐릭터를 「한 마리, 두 마리…」라고 셌는데요.
그랬더니 같이 프로그래밍을 담당했던 콜린 씨※7
이 캐릭터를 저희가 「피키(일본어의 마리와 발음이 비슷함)」라고 부른다고 착각하신 것 같아요(웃음).

※7콜린 리드. 닌텐도 구정보개발부에 소속되어 있던 프로그래머. Super Nintendo Entertainment System 전용 소프트웨어 『Star Fox』와 닌텐도 DS 전용 소프트웨어 『메트로이드 프라임 헌터즈』 등의 개발에 관여했다.

아, 「피키」를 이름이라고 생각한 거였군요(웃음). 「픽키」라고 적혀 있는 곳도 있는 것 같은데요.

아베

네. 「피키」에서 파생되어 「픽키」가 됐고
그 뒤로 정식으로 이름을 정할 때
「Pick me」와 발음이 비슷하다고 해서
「피크민」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미야모토

뭐랄까, 비타민이랑 비슷한 어감이라 괜찮지 않나 싶었죠(웃음).

그렇군요. 그래서 이 차트가 생긴 뒤로는 일이 술술 진행된 거군요.

히노

약 2개월 후에는 E3에서 발표했었죠.
하지만 이 발표 영상도 사실 아슬아슬한 시점까지 수정이 진행됐어요.

미야모토 씨가
「발표 대본의 이 부분을 수정할 테니까 게임 화면도 고쳐 줘」
이런 수정 지시가 나오면 바로 수정했는데 그게 반복됐죠(웃음).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완성된 것을
미야모토 씨가 비행기로 직접 들고 가셨어요.

미야모토

그래서 이제 다 완성된 것처럼 E3에서 이야기했죠(웃음).

히노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피크민』이 발표됐을 때, 그 시점에 게임으로서 상당한 완성도를 보여 준다는 인상이었거든요.

모리이

하지만 그 시점에서는 스테이지가 한 면밖에 없었죠.
쇼를 위해 만들어진 레이아웃이었어요(웃음).

미야모토

변명을 좀 하자면 될 거라는 전망이 보여서 발표한 겁니다(웃음).
가능성이 보였으니까요.

잠시 게임 사이클의 이야기로 돌아가는데요, 『피크민 4』에서는 「계획력」이라는 말이 등장합니다. 이 「계획력」으로 표현되는 게임 사이클은 이미 『피크민』을 개발할 시점부터 확립되어 있었던 건가요?

미야모토

한마디로 말하자면 제가 화단에서 개미를 관찰하다
문득 떠올랐는데…
그렇게 간단한 이야기는 아니고

『피크민』을 만들기 전부터
쌀을 먹을까, 심어서 늘릴까 하는
여러 시뮬레이션 계통의 PC 게임이 있어서
그런 매니지먼트 형식의 게임 플레이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직장의 매니저로서
누구에게 어떤 일을 시켜야 원활하게 진행될까 생각하는 거죠.
이쪽에는 세세하게 해야 하는 프로젝트,
저쪽에는 많은 사람이 마무리하는 프로젝트처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정리해 나가면
기분이 짜릿하잖아요?

이걸 많은 캐릭터가 AI로 움직이는
밀도가 높은 세계에서 플레이하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베

『피크민』, 『피크민 2』 때는 사내에서
「태스크 매니지먼트 게임」이라고 했었어요.

히노

상품에 붙일 게임 장르로는
적절하게 설명할 만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당시엔 「AI 액션 게임」이라고 했었죠.

미야모토

게임은 몇 번이고 시행착오를 겪으니까 재밌는 거예요.
『피크민』은 캐릭터와 이 세계를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비디오 게임 으로서 기본적인 재미가 있습니다.

같은 플레이를 몇 번이고 반복하는 동안
자기 나름대로 기술을 발견해
효율이 올라가고 스코어도 높아지죠.

계속 플레이하면서 이전의 자신을 뛰어넘는 재미 말이군요.

미야모토

1편 때 피크민을 한 마리도 죽게 하지 않는
「퍼펙트 플레이」를 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죠.

플레이 방법으로 따지면 100점 만점의 플레이입니다만
저는 하고 싶지 않은 너무 장벽이 높은 플레이 방법입니다(웃음).

히노

한편으로 1편 때는 「30일 안에 클리어해야 한다」
이런 시간적인 제약이 있어서 실패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니
그 간극이 너무 크다고 느끼는 분도 있으셔서

『피크민 2』 때는
시간제한을 없애는 대신
피크민의 종류를 늘리고,
보물의 종류도 늘린 뒤, 도감을 만들어서
꾸준히 모아 나가는 게임으로 만들었습니다.

칸도

플레이 방법이 「시간의 매니지먼트」에서
「종류의 매니지먼트」로 변한 셈이죠.

미야모토

『피크민 2』는 그렇게 됐지만
『피크민 3』는 어느 방향성으로 가야 할지
토론이 계속됐어요.

1편 때는 「깊게 플레이한다」, 2편 때는 「길게 플레이한다」.
플레이어들의 취향이 갈리기도 했고
실제로 어느 유형인지 이야기도 나왔거든요.

칸도

3편의 개발 초기에는 프로그래머 몇 명과
1편의 「희망의 숲」에서 1일이라는 시간제한을 두고
우주선 부품 을 몇 개 모을 수 있나 경쟁했었어요.

결국 당시엔 이 「깊게 플레이한다」가 역시 가장 재밌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3편은 1편의 노선으로 돌아가게 됐어요.

히노

그래서 3편은 본편과는 별도로 「미션 모드」를 넣어서
이 모드에서 테크닉을 연마하면 본편도 쉽게 클리어할 수 있도록
구성해 두었죠.

이런 플레이 방법을 표현하는 데
「계획력」이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부터였죠.

칸도

그렇습니다. 이 시기에 이 태스크 매니지먼트 게임이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깨닫게 되었어요.

집안일이나 요리하는 것만 해도
익숙해지면 점차 「계획적」으로 생각해
숙련되는 자신을 보면 재밌잖아요?

그래서 「계획력」 게임이라고 표현하게 되었군요. 시리즈의 타이틀마다 매니지먼트의 재미가 돋보이도록 연구했다는 게 느껴지네요.

미야모토

생각해 보니 개발 관계자 중에서도
역시 1편의 방향성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견은 항상 있었어요.

…하지만 결국 1편의 노선으로 3편을 냈더니
이번엔 「2편이 재밌었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나타났죠(웃음).

칸도

이에 대해 오랫동안 다방면으로 검토해 본 결과
4편은 다양한 사람의 취향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로 했어요.

1편파인 분과 2편파 인 분으로 의견이 갈렸기 때문에
이 「1 vs. 2 논쟁」이
드디어 끝을 맞이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웃음).